별보는 하루 동안의 일들..

오늘은 비록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만..
장마도 곧 끝나게 될 것 같고..해서
제가 별보는 날에 하는 일들(?)을 한 번 적어봤습니다..



별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보통 달이 작아지거나 아주 늦게 뜨거나 해서 달빛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날의 주말에 움직여야 합니다.. '구름을 뚫고 보여주는 망원경'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구름이 없는 맑은 날에 떠나야 하지요..
그러다 보니 그 세 개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날은 한달에도 한두번 있을까 말까합니다..
대개 날씨가 맑으면 평일, 이라던가..
주말인데 달은 보름달이라던가.. 아니면 주말이고 날씨가 맑은데 보름달인 경우(이게 가장 뭐한 케이스죠.;;)라는 식이 되곤합니다...
최악이라면 6주 내내 주말만 비오기 신공...따위의 경우도 있습니다..-_-;

아무튼 그런 조건이 만족되는 날에 떠나는데..
보통 최소한 그 다음날 아침까지 날씨가 맑다는 예측을 하면(그래서 별보는 사람들은 기상청 홈페이지에도 무지하게 많이 접속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저의 고정 관측지인 '천문인 마을'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되는 거지요..

아무리 여름이라도 밤에는 춥기 때문에 커다란 배낭에 옷을 바리바리 챙기고, 필요한 장비도 집어넣고 하면 벌써 부피가 한가득입니다..
그런 짐을 들고 버스터미널에서 저녁 5시 차를 타지요..
서울에서 한시간 반의 여행을 한뒤에 만나는 휴계소에서 우동한 그릇 먹고..
잠시 쉰뒤 다시 출발, 30여분 뒤에 목적지의 버스터미널에 도착입니다..

이 쯤 되면 저녁 8시에 가까와지는데 하늘은 슬슬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지요..
겨울이라면 벌써 어두워져있습니다.. 찬바람은 소리를 내면서 귓전을 스쳐지나가기도 하지요..
다시 남은 것은 한시간 반 동안의 도보 산길 여행..
제가 가는 천문인마을까지는 대중교통 수단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자가차량이 없으면 오직 도보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뚜벅이 신세인 저는 당연히 도보 선택..
터벅터벅 걷다보면 어느새 산길 중간에서 밤은 어두워지고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손전등 하나만을 의지하면서 걷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그 손전등도 밤새 관측시에 써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전등도 켜지 않고 올라가기도 하지요..

한시간 반을 걸어서 마침내 천문인마을에 도착합니다.. 이미 온몸은 산길을 걸으면서 흘린 땀으로 범벅입니다.. 친절한 천문인 마을 촌장님께서는 '샤워라도 하고 보라'고 말씀하시지만 별에 굶주린 급한 마음의 저는 친절함을 마다하고, 망원경부터 부랴부랴 설치합니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망원경이 냉각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미리 사들고 온 컵라면에 물을 받아 먹기도 하지요..
그렇게 대충 땀도 식고, 배도 채우고 나면 이제는 관측시간..
이 날의 관측을 위해 적어간 리스트를 보면서 밤하늘의 대상을 사냥합니다..
기대치보다 멋진 광경을 볼 땐 절로 나오는 탄성.. 아무리 해도 찾아지지 않는 대상을 만나면 몰려오는 짜증과 오기.. 어쨌든 저의 경우에는 목표한 대상은 대부분 찾아내기는 합니다만..
그날 하늘의 상태는 망원경의 접안렌즈로 보면 아주 잘 알 수 있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망원경으로 봐도 의외로 별이 또렷하게 잘보여서 신이나는 때가 있기도 하고, '오늘은 뭐가 문제지?'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뭔가 느낌이 다른 날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밤이 길다는 것이 인생의 행복으로 다가오는 날이기도 하지요..
물론 후자의 경우라면 한달의 기다림이 짜증덩어리로 다가오는 날이 되기도 합니다만..

저의 경우, 별을 보고 그냥 끝내는게 아니라 이런저런 기록을 합니다.
그러므로 망원경 옆에 반드시 수첩과 필기구, 그리고 성도와 말 잘듣고 오래가는 손전등이 꼭 필요하지요.. 물론 손전등앞에는 빨간색 셀로판지를 붙여서 어둠에 적응된 눈을 보호합니다..
관측을 방해하는 요소로는 여름이라면 이슬, 겨울이라면 엄청난 강추위가 있습니다. 여름에 관측할 때는 망원경을 쓱 손으로 만져보면 물이 뚝뚝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필기하던 노트, 펼쳐놓은 성도에도 물이 한가득이죠.. 무심코 의자에 엉덩이를 댔다가 엉덩이가 젖어오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겨울의 괴로움인 강추위는 사람을 피곤하게도 하지만 망원경에도 영향을 줍니다. 차가운 금속으로된 망원경을 추운 겨울에 만진다는 것은 엄청난 괴로움이기도 하지요. 하다못해 기록을 하기 위해 옆에 놔둔 볼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볼펜을 여러개 준비해서 하나씩 품어줬다가 녹아서 나오면 쓰기도 한답니다. 장갑을 끼고 필기를 할려면 불편하기 때문에 아예 오른손은 벗어버리고 쓰기도 하지요.;;

이슬이나 강추위에 시달리던 밤이든, 별이 너무나 황홀한 밤이었던 간에..
새벽까지 관측을 하게 되면 슬슬 동녘이 밝아옵니다..
동녘이 밝아올 때까지 '하나만 더~'라는 심정으로 망원경옆에 있다가 결국 별과 배경하늘이 구분이 안될 정도가 되면 망원경을 주섬주섬 치웁니다..
그리고 그 때서야 느끼게된 피곤함이 시키는 대로 한시간 가량 잠을 자지요..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첫차가 9시20분이기 때문에 첫차를 탈려면 8시에는 천문인마을을 떠나야합니다. 밤새들 별을 보고 주무시느라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천문인마을을 뒤로 하고 그 전날 저녁과 같은 루트로 돌아오지요. 물론 해가 떴으니 가기는 쉽지만 이번엔 떠나는 차를 잡아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발걸음은 더욱 빨라집니다..

그렇게 해서 막 떠나는 9시20분 차를 잡아타면 그날의 긴장이 풀림을 느끼게 됩니다..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2시간 가량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모자란 잠을 청하기도 하지요.. 아니면 조금더 기운이 있으면 그 전날의 관측을 되새겨 보고 혼자 뿌듯해 하거나 후기는 어떤 식으로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개개의 스토리는 틀리지만 제가 별을 보는 형태는 이렇습니다..
차를 끌고다닌다면 오고 가는 길은 좀 수월할 수도 있지만 대신에 밤새 관측하는 일은 힘들어지겠죠.. 아무래도 졸음운전을 할 수는 없으니..

아무튼..
이렇게도 별본다..라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늘...처음의 설레임을 간직하는 내가 되길...Mizar

by Mizar | 2004/07/24 10:41 | Astro Column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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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정은냥(º㉦º) at 2004/07/24 13:08
^~^
모르겠어요..웨 글 읽는데
낭만적으로 그 분위기가 보이는지..흐흣

한 시간반을.. 어두운 길인데 ..오휴@@
안무서워요@@;
Commented by Mizar at 2004/07/24 23:01
정은냥님>>무섭죠..-_-;;
안무서울리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꿋꿋이 걸어갑니다..
암튼 여름엔 더워서 죽고.. 겨울엔 추워서 죽습니다.;;
Commented by 티티 at 2004/07/24 23:08
블로그 스킨을 바꾸셨군요... :)
Commented by Mizar at 2004/07/24 23:13
티티님>>쪼끔(?) 되었습니다..(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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