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에 마라톤에 대한 추억

바야흐로 때는 3월.. 예년 같으면 메시에 마라톤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던 때였겠지요..
오늘은 그 메시에 마라톤에 얽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메시에마라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메시에 목록을 다 보았던 바로 직후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메시에 목록을 목표로 그 안의 것들을 다 보자..라는 것이었지만 그 목표를 이루고나자 그 다음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천문 외의 분야도 그렇지만 무언가 하나의 목표를 이루게 되면 마음이 풀어지지요. 그것이 궁극의 목적이나 끝은 아님에도 거기서 안주해버리는 것입니다.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건데요.. 외부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에 대한 자극이 들어온다면 그런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입문자들이 그런 목표를 세우기도 전에 흥미를 상실해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호회에 가입을 해서 다른 사람들과 그런 목표를 공유하거나 자극을 받으면 좀 더 낫겠지만 작금의 우리나라의 동호회들은 그런 기능을 한다기보다는 단순히 친목을 도모한다는 차원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지요.

그래서 다른 무엇인가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 중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본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마추어 천문가 조상호씨의 홈페이지에서 읽었던 개인 메시에 마라톤 기록이었지요. 메시에마라톤을 하기 위해 혼자 준비한 여러가지 일들, 미리 예정했던 기간동안에 날씨가 안좋아서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기적같이 날씨가 맑아진 어느날, 혼자 차를 몰고 태기산으로 향한 것. 그리고 그 산에서 그의 10인치 반사망원경과 함께 109개의 별빛을 망원경에 담기 위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의 사투..
그날 밤의 엄청난 추위에 오그라붙는 몸을 이끌고 문득문득 드는 '내가 지금 여기서 뭘하는 걸까?'라는 상념, 하지만 마침내 새벽녘에 이르러 109개의 별빛을 모두 관측했을 때의 그 희열..
그 모든 것들이 저의 마음을 울리더군요.. 그런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 같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이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테스트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메시에마라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외국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메시에마라톤이 성행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이 되서야 처음으로 공식적인 메시에 마라톤 경기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덕초현 천문인 마을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는 경기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 전에는 대학 및 성인 동아리에서 개인적 혹은 동아리 내부의 행사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저는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처음 메시에마라톤에 참가했던 것은 2002년의 일입니다. 사실 이 때는 실제 경기에 참가를 한 것이 아니라 참관인 자격으로 가본 것이었습니다. 메시에마라톤에는 선수만 참여할 수 있는게 아니라 참관인들도 응원단(?)혹은 개인자격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메시에마라톤 자체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천문인마을이라는 곳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서 참관신청을 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날 정식으로 경기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망원경은 가지고 갔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 경기하시는 곳 옆에서 저도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죠.. 이날 마침 동아리 선배님이신 선배A님이 다른분들과 팀을 이루어 메시에 마라톤 경기에 참여를 했고 이날의 마라톤에서 2위를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저는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해인 2003년에는 제 개인 사정으로 경기에 참여하지 못했고 2004년에 다시 한번 메시에마라톤에 도전을 했습니다. 이 때는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지요. 경기날이 되기 전에 미리 천문인 마을도 두번이나 가서 메시에 마라톤 연습을 했으니까요. 제가 사용하기로 한 장비는 저의 애기인 구경 100mm의 소형 굴절 경위대. 2월 14일의 관측(그러고보니 발렌타인 데이..;;)에서는 월령이 좋지 않았지만 새벽녘까지 75개의 대상을 볼 수 있었고, 그리고 이어진 2월 19일의 관측에서는 101개의 메시에대상과 짬짬히 10여개의 다른 대상들을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에 저는 메시에 마라톤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던 메시에 마라톤 당일에는 단단히 기대를 하고 간것과는 달리 밤새 구름에 날씨가 안좋아서 별을 한개도 볼 수 없었지요. 결국 오랫만의 메시에마라톤은 천문인들의 친목도모의 장으로 화하고 그날 소주만 열심히 먹고 온 기억이...

시간은 흘러 대망의 2005년...
비록 전년도에 정식의 메시에마라톤에서는 날씨 관계로 실패를 하였지만 이번에는 공식경기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구경 100mm의 망원경을 사용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 작은 구경의 망원경으로 마라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 때 지인의 도움으로 저는 일제 다카하시 FC-76이라는 명기를 메시에 마라톤 용으로 빌릴 수 있었습니다. 이 망원경은 비록 76mm라는 소형이지만 렌즈의 재질은 플로우라이트로 매우 밝은 성상을 자랑하며 취급성도 발군인 그런 망원경이었습니다. 그런 좋은 망원경을 저를 믿고 선뜻 내주신 분께는 지금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카하시 FC-76을 들고 2005년의 마라톤에 도전을 했었고 제가 가져간 망원경은 같이 참여한 10여개 팀의 망원경 중에 가장 작은 구경의 망원경이었습니다. 15인치(380mm)구경의 거대한 망원경이 2대, 그 밖에도 12인치(320mm) 2대, 10인치(250mm), 8인치(200mm) 구경의 망원경이 다수였고, 마지막이 제가 가지고 간 망원경이었지요. 망원경의 구경은 대포의 구경과 같아서 구경이 큰 녀석이 이런 관측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말하자면 전함과 구축함(구축함 들이 대개 3인치(75mm)급 주포를 가지고 있지요.)의 싸움처럼 상대가 안되게 보였지요.
하지만 이 날의 경기에서 저는 이 작은 망원경으로 94개의 대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날의 경기에서는 공식적으로 3위에 들었고요. 처음 기대했던 102개에는 못미치는 숫자였지만(초반에 날씨가 안 좋았던 것이 큰 영향이었습니다.) 1등과 2등을 차지한 분들이 각각 15인치로 100개, 94개를 관측했는데 그 분들과 나란히 순위권(3위까지 순위권입니다.)에 들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이 날의 경험은 제 자신에게도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큰 경기에서 실력을 마음것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 다른 분들의 명성이나, 가져오신 장비의 구경의 위력에 지지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자부심으로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메시에 마라톤에서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메시에마라톤에의 도전은 다음 목표를 찾기위한 중간기착지로써 열정을 잊지 않게 해준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요.
저는 후배들에게 이런 경기에 꼭 도전해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현재 능력을 체크해볼 수 있고 개인적인 반성도 하게 해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후배들이 '아직 메시에목록을 다 보지 못했기 때문에..'라는 말로 외면을 합니다.

메시에마라톤의 목적은 단순히 메시에목록을 하룻밤에 보는 것만은 아닌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저는 많은 후배들이 언젠가 이런 경기에 참가해서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해보기를 바랍니다..


늘..처음의 설레임을 간직하는 내가 되길...Mizar

by Mizar | 2007/03/15 11:49 | Astro. Marathon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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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2008년 3월 8일에 메시에마라톤을 실시한다고 가정하여 총 10회에 걸쳐 '실전! 메시에마라톤'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저 역시 이미 수차례 메시에마라톤에 도전하여 실전을 치룬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의 일련의 포스트에는 그 경험과 실제 관측 시의 루트 등 세부 내용에 대해 가능한한 자세한 설명을 포함시킬 ... more

Commented by 꼬깔 at 2007/03/15 12:06
조상호씨라고 하면 mirfak이란 아이디를 즐겨 사용하시는 분을 말씀하시는거죠? 마지막 말씀이 와닿습니다. 메시에마라톤이란 것이 단순히 하룻밤에 메시에목록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제 개인적인 생각도 그렇습니다. 암튼 멋지네요~!
Commented by Mizar at 2007/03/15 12:23
꼬깔님// 네, 그분 맞습니다. 요즘은 거의 온라인 쪽으로는 활동을 안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같이 활동하던 동호회에서 몇번 뵌적은 있지만 친분을 쌓아놓지는 못했어요. 제가 낯을 가리는 것도 있고.. 그 때에는 바라보기나 할만한 산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지금도 그렇긴하지요..(씨익..)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ophia at 2007/03/15 14:43
자신과의 묵묵하고 꾸준한 싸움.
멋져요!!! 종국에는 늘 승리하시길. -0-
Commented by Mizar at 2007/03/15 16:53
Sophia님// 고맙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은 덧글을 달기 힘든데다가 아마추어 천문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느끼는 희열과 감동을 이해하기 힘든감이 있지요..
격려 감사드려요..^^
Commented by laurel at 2007/03/15 18:40
사랑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껏 본 어떤 글보다 미자르님의 별의 향한 열정이 와 닿는 글이네요 :)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7/03/15 21:02
음... 이해하기 어려운 감동.

가령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산꼭대기의 전문대까지 올라가서 리서치 데이터 수집을 끝마치고 내려왔을 때의.. 그런 것일까요?

그런 말이 생각나네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게 되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헤헤.
Commented by Mizar at 2007/03/15 21:26
로렐님// 중언부언 길기만하고 별로 잘쓴글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와닿는다고 표현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사람에 쏟아야 할 사랑을 별에 쏟고 있는게 사실 정상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Mizar at 2007/03/15 21:27
후유소요님// 이해하기 어려운 감동이라는 것은 역시 제가 이해하기 어렵게 글을 써서일까요? (농담;)
아래 써주신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게 되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대목은 제가 평소에도 동감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7/03/15 22:38
그건 역시 제가 메시에 마라톤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거에요'ㅂ' 마치 어떤 사람들은 리서치 데이터 수집을 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요.
Commented by Mizar at 2007/03/16 05:28
후유소요님// 사실은 처음에는 '산꼭대기의 천문대'라는 줄 알았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천문대에는 왜 올라갔을까? 라는거죠..;;;
언제 한번 마라톤이나 함께 뛰실랍니까? 아하하
Commented by 블루빛와인 at 2007/03/17 05:00
뜬금없는 말이지만, 전 자꾸 '메시에'를 '메시아'라고 보게 됩니다 (어이쿠)
Commented by Mizar at 2007/03/17 08:15
블루빛와인님// 실제로 메시'아'마라톤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종종있습니다..(먼산)
아..그럼 너무 경건해질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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