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만인지상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관련기사 : "경찰 이래선 안돼… 뛰어왔다"

옛날 한나라 문제가 좌승상 진평에게 결옥과 전곡에 대하여 물으니, 진평이 대답하기를, “결옥의 책임은 정위에게 물으시고 전곡의 책임은 치속 내사에게 물으소서.…” 하고…
진평이 아뢰기를, “재상은 위로 천자를 보좌하여 음양을 다스려 사시를 고르게 하며, 아래로 만물의 마땅함을 이루어 주며, 밖으로 사방의 오랑캐를 진무하며, 안으로 백성들을 스스로 붙좇게 하여 경,대부,사로 하여금 각각 그 직사를 얻게 합니다.” 하였다.

원문 : 昔漢文帝 問左丞相陳平 以決獄錢穀 平曰 問決獄責廷尉 問錢穀責治粟內史…平曰 宰相 上佐天子 理陰陽順四時 下遂萬物之宜 外鎭撫四夷 內親附百姓 使卿大夫士 各得其職
[단종실록 권제6, 14장 앞쪽, 단종 원년 5월 1일(정사)]

위의 이야기는 한 문제때의 우승상 주발, 좌승상 진평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요즘의 돌아가는 일을 보면 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것은 왜일까?

한 문제 : "1년 동안 전국에서 판결하는 소송이 몇 건이나 되는가?"
주발 : "..........모르겠사옵니다.."
한 문제 : "그럼 1년 동안의 수입과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고 있는가?"
주발 : "............신은 알지 못하옵니다.. 신이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땀뻘뻘..)

(함께 있던 좌승상 진평을 돌아보며)
한 문제 : "좌승상, 그대는 알고 있는가?"
진평 : (태연하게) "폐하, 그와 같은 세세한 내용은 각각 담당자가 있으니 신에게 물으실 것이 아니라 소송에 대해서는 그 책임자인 정위에게, 국가 예산에 관해서는 담당자인 치속 내사에게 물으시면 될 일입니다.."
한 문제 : "그럼 도대체 재상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위의 이야기이다.

일국의 만인지상쯤 되는 사람이라면 각 부서의 자질구레한 일을 일일히 챙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런건 각 부서 담당자에게 맡기면 되고 그렇기에 그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 보다는 국가라는 하나의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그 시스템 자체를 신경을 써야하고 필요한 곳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다. 숲의 나무가 아닌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대국적인 판단 능력역시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른바 만인지상이 해야 할 일과 일개 부서 책임자나 담당자가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해서는 정말로 곤란한 일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미 2천년 전에 그런 도를 깨닫고 있던 사람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모르고 있는 쪽이 대단한 것인지..

*참고로 위의 이야기에서 汗流浹背(한류협배)이라는 사자성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이 말은 '식은땀이 등을 적실 정도로 몹시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는데 진평이 황제에게 저 대답을 하기 전에 똑같은 질문을 주발에게 던졌을 때, 주발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그저 땀만 뻘뻘 흘렸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늘...처음의 설레임을 간직하는 내가 되길...Mizar

by Mizar | 2008/04/01 09:58 | My Starlight Night..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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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새출발이다...! at 2008/04/02 00:22

제목 : 납치미수범 잡은 대통령
"MB 제대로 했네"..靑홈피 격려글 쇄도 <연합뉴스> 이명박씨가 경찰서에 직접 납셔서 경찰들을 질책한 뒤 납치미수범은 후다닥 잡혔다고 한다. 아마 요즘 같은 행보로 이명박씨가 임기를 마치면 포퓰리즘의 예를 들때 더이상 멀고먼 아르헨티나까지 갈 필요는 없어질 것 같다....more

Linked at 張鎭旭의 주접마당 - 통신어체.. at 2008/05/02 11:11

... 건 수입만 하면 되는건가?? 우리나라 농가들이야 전부 굶어죽든 말든?? 안그래도 어제 도둑 맞아서 꿀꿀해 미치겠는데... 덧. 이런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이른바 만인지상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more

Commented by Charlie at 2008/04/01 10:04
아랫사람은 아랫사람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윗사람 또한 그러하니 참으로...................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10:12
Charlie님// 아랫사람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위에서 그것을 뒷받침하고 감독해야 할 사람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관리자는 실무자의 일을 빼앗아 자신이 하기 위해서 위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올비 at 2008/04/01 10:14
제가 요즘 갖고 있는 생각을 적절한 예를 들어 잘 써주셨네요..
요새 세상 돌아가는거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_=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10:22
올비님// 이 고사에 딱맞는 상황이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Commented by 케이리엘 at 2008/04/01 10:23
군군신신 부부자자 라... 확실히, 그 이름 값을 하지 못하면 그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지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10:25
케이리엘님// 교훈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요..;;
Commented by pink at 2008/04/01 11:30
군대에서도 윗대가리들이 괜히 병사들 복지 상태 살핀다고 친히 납시어주면 정작 그 위해준다는 병사들 곡소리 나도록 작업을 하지요. 그것도 꼭 휴일에.. 그 마음을 안다면 지금처럼 이러지 않을텐데요.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04/01 12:11
음냐... 편리한 잡캐보단 한 분야에 유독 뛰어난 사람이 되라고 시공관리국의 어떤 소위께서 말하셨지요. :) (...) / 언론과 국민들과 윗대가리들때문에 눈치 보느라 "다른 할일"들도 있는데 "사건 하나"에 천명이란 많디도 많은 인력을 투입한 경찰이 불쌍해요. ;;;
Commented by 愚公 at 2008/04/01 12:14
윗사람이 '관료제'라는 걸 모르면 도대체 위아래는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오공감에 추천했습니다.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8/04/01 12:47
글 잘 읽고 갑니다.
이명박이 경찰청장에게 전화해서 한 소리 하는 걸로 끝내고, 그 시간에 다른 중대한 국사를 살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가만, 이명박 싫어하시는 분들께선, 더 중요한 일들 망치지 말고 그냥 저러고 다니며 5년 지내는게 낫겠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_-;;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13:57
pink님//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병역 미필이시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아마 그런 경험은 없어서 잘 모르실지도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13:58
제갈교님// 사건 하나에 천명의 인원이 붙어야 한다면 붙어야죠.. 뭐..그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찰청에서 알아서 할일이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현장지시를 할 정도의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라는거죠...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14:03
愚公님// 대통령이 일선의 경찰서 서장의 업무까지 일일히 지시해야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면 그건 이미 시스템이 아니죠..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일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담당자가 있는 것이고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14:05
구들장군님// 맞습니다.. 필요하다면 윗선에서 그에 맞는 지시를 하면 될 일이지요. 굳이 서까지 쫓아가서 다그칠일도 아니고요.. 무조건 관계자와 직통하는게 일견 효율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럴려면 뭐하러 중간 계통이 있겠습니까..
Commented by Apocalipse at 2008/04/01 16:18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5년 동안의 커다란 국정 계획이라고 제대로 세워둔 게 없으니까 뭐라도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해서 이곳 저곳 쫓아다니는 걸로밖에 안 보여요 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8/04/01 19:20
제가 요즘 종종 강조하는 게 "자꾸 불도저 이미지로 돌리려 들지 말라"는 겁네다.
또한 대통령을 "불도저라서" 뽑았다는 건 정말 큰 실수이디요.
1960년대 박정희와 2000년대는 전혀 다르디요.
모든 분야에서 훨씬 복잡해졌고, 국민들 사고도 열 배 이상 복잡할 겁네다.
따라서 대통령은 그만큼 복합적이고 다양한 안목을 가져야지, 결코 어느 한 분야를 잘 한다거나,
나아가 '불도저'라는 건 말도 안 되디요. 불도저는 아랫것이 해야 하니까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 한 국가(뿐 아니라 모든 시스템)의 최고대표는
너무 구질구질한 구석까지 파고들면 안 되디요. 그러다간 아무 일도 못하니낀.
동사무소장 할 일이 따로 있고 대통령 할 일이 따로 있디요.

직장 시절 우리 본부장(전무) 별명이 '주 대리'였습네다.
그 이유는, 전무라는 사람이 일개 사원이 하는 일을 붙잡고 너무 꼼꼼하게 지시한다는 기디요.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디요. 사단장이 병사 소총 상태나 붙잡고 어쩌고저쩌고 한다면 그건...
하물며 그보다 훨씬 위인 한 국가의 지도자래 보다 큰 일에 신경을 써야갔디요.

대통령은 (한때 매일 먹는 얘기 사진만 떴듯이) 개개인의 인격 등급에서
(절대군주처럼) 차별되고 높아야 하는 게 아니고
의식주는 서민과 같건 말건 생각하는 범위, 하는 일의 크기에서 크고 높아야 할 겁네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1 21:57
그 경찰에 그... ㅠ.ㅠ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범인이 잡혔지만 좀 더 크게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23:39
Apocalipse님// 정말로 그렇다면 우리로써는 큰 불행이겠지요..;;
그 정도는 아니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23:42
주신님// 군대에서 사단장 씩이나 되는 사람이 행보관이 할 일을 붙잡고 있어서도 곤란한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는 것은 그 역할에 맞는 업무를 해주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자기역할을 무시하고 그리고 계통을 무시하고 아랫 사람이 해야할 일까지 일일히 간섭하고 참견하는 웃사람이라면 아래있는 사람들도 마음놓고 일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조직의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조직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살피고 윤활유를 쳐주는 것이지 자기자신이 톱니바퀴의 자리에 가 앉아있으면 안되겠죠..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1 23:43
꼬깔님// 매번 흉악범이 나올 때마다 대통령이 일선 서까지 방문해야 범인이 잡힌다면 대통령이 다른 일을 할 틈이나 있겠습니까?
Commented by nVec at 2008/04/02 00:22
이명박씨는 그저 기업체 사장 정도의 그릇인 걸까요?
뭐 이미지를 위해서 그런거라고 생각되긴 하는데...
어쨌든 가시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보이네요
국민들이 그 사건때문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었으니까요.
트랙백 하나 걸고 갑니다.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2 00:23
nVec님// 그저 가시적인 효과만을 위해서 대통령이나 되는 사람이 일일히 쫓아다닐 수는 없죠..
만약 그 가시적인 무언가를 위해서 움직인거라면 그야말로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에 지나지 않죠..
기업체 사장일 때는 사장의 마인드도 좋습니다만 대통령에는 그에 걸맞는 마인드가 필요하겠지요..
Commented by zombie at 2008/04/02 09:33
어디서 보니 차라리 괜한 사고 치지 말고 경찰서나 임기내내 돌아다니라고 하더군요. 차라리 그러면 사고라도 덜 치지 않겠냐면서.-_-;
Commented by Mizar at 2008/04/02 10:21
zombie님// 그건 현실적으로는 용납이 되지 않지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자리를 차지하고 제 일을 하지 않고 밥만 축내는 사람에게는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통례입니다.. ^^;
보통은 그런 경우에 회사에서는 짤린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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