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도서관전쟁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들

항의자는 사건에 대해 순수한 분노와 정의감을 앞세워 행동하고 있어 희생자를 애도하고 범인에 분노해 조기 해결을 바란다는 그 주장 자체는 더없이 옳았다. 그러나 도서관이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일선을 지키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그 정당한 주장을 거부한다.
정당하게 행동하려고 하는데도 시민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 딜레마는 도서대원들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범인을 옹호하는 것과 도서관이 법을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이성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올바른 분노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앙케트 설문은 그 피폐한 마음의 틈새를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었다. 시민이 바라고 있는 정의에 따르는 게 어째서 나쁘냐고.

- 아사카와 히로 作, 민용식 譯, 소설 도서관전쟁, 대원씨아이(주), p 206

소설 속에서 경찰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연쇄 살인범의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그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도서의 열람기록의 제출을 도서관측에 요청합니다. 일종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의 특례를 요구한 것이지요. 그러나 도서관 측에서는 이는 도서관법의 '도서관은 이용자의 비밀을 지킨다.'라는 항목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이 요청을 거부하지요. 경찰은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연쇄살인 사건에 흥분하고 있던 시민들은 도서관의 이러한 처사에 분노하여 여론은 도서관에 적대적으로 악화됩니다.

법이 사태의 빠른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거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간혹 그 법을 무시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이 대개 '목적이 좋으면 수단은 아무래도 좋다'라는 식의 행동을 하게 마련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엄연히 법이라는 룰로 사회가 지탱되는 법치국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룰을 '이번 한번만'이라는 식으로 자꾸 어겨나가다 보면 결국 법치라는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겠지요. 당장의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룰을 지켜나가면서 상황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우리들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강한 힘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정의를 외치며 책을 불태우는 비뚤어진 가치관에 현기증이 났다.
책을 태우는 나라에서는 언젠가 사람도 태운다.

- 아사카와 히로 作, 민용식 譯, 소설 도서관전쟁, 대원씨아이(주), p 320

위의 이야기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by Mizar | 2008/07/19 11:49 | Miscellaneous...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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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오렌지군 at 2008/07/19 12:11
어, 어라? 이거 언제 정발되었나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Mizar at 2008/07/19 12:20
오렌지군님// 얼마 전에 정발되었습니다.. ^^
Commented by 프티제롬 at 2008/07/19 17:15
애니는 보다는 내용이 괜찮을거 같네요 애니는 뭔가 이상해서..
Commented by Mizar at 2008/07/19 23:55
프티제롬님// 애니에서는 1쿨이라는 한계상 이야기가 좀 급하게 진행되어서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군요. 그래도 소설과 애니를 둘 다 감상한 입장에서는 애니도 수작이었다고 판단이 됩니다만..
Commented by 중간자 at 2008/07/19 17:19
개인적으로 도서관전쟁의 소재 자체는 애니가 아니라 소설에서 써먹을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뭐랄까... 완전 팬터지가 아닌 현실의 일면을 비트는 설정이라고나 할까요.
어느 쪽이 원작인지는 잘 모르지만 소설판이 있었군요.
개인적으로는 그 특이한 설정 자체를 검열 체제와 국가 권력의 모순을 비판하는 면에 초점을 맞춘 어두운 작품이 되길 바랐는데 애니는 좀 츤데레 도죠(그래도 나보다 키크네OTL)와 장신 카사하라의(한국에선 그리 큰 키도 아닐테죠 이제) 이야기에 너무 집중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연 소설은 어떨까 궁금하군요.

하지만 저 구절 자체는 되게 멋져서 관심가네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7/19 23:58
중간자님// 도서관전쟁의 원작은 소설로써 일본에서는 전 4권으로 완결이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작가가 SF 설정을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하기는 하는데 그것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것보다는 그것을 배경으로 한 연애담을 많이 써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므로 소설 역시 사실상 중간자님께서 바라는 그런 쪽으로 가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책을 보다보니 꽤 괜찮은 구절들이 있더군요.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함월 at 2008/07/19 18:19
<시민이 바라고 있는 정의>라면... 흉악범 검거 뉴스에 달리는 리플들? ㅡㅡ;;;
Commented by Mizar at 2008/07/19 23:58
함월님// 어쩌면 그런 류일 수도 있지요..^^;
Commented by Granduke at 2008/07/20 11:51
하지만 법의 해석엔 융통성 또한 필요하지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7/20 11:59
Granduke님// 그러나 여론에의 영합이나 편의적 해석이 융통성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Commented by 주천향 at 2008/07/22 17:53
최근의 주요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의 여론을 생각해 보게되는 포스트로군요.

법의 판단에서 융통성을 보인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겠지요.
재판관의 심리상태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서로다른 판결을 내린다면 정말 위험하겠지요.
그런 배경에서 시류에 편승한 판결을 기대하는 호사가들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라는 표현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법은 선악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위법과 적법을 구별한 뿐이지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7/22 21:58
주천향님// 법과 사회의 룰을 준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주게 하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말씀대로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시류에 영합하는 판단을 하거나 그런 사례를 만들어서는 곤란하겠지요.. 당장이 아니라 100년 앞을 내다 본다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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